지난 8월24일, 스마일게이트에서는 PC용 대작 MMORPG(다중접속롤플레잉온라인게임) '로스트아크'의 비공개 테스트(이하 CBT)를 4일간 진행했습니다. 또 다른 PC MMORPG 기대작 '리니지 이터널' 역시 엔씨소프트에서 지난 11월30일부터 12월4일까지 CBT를 진행했지요.
게임 자체의 성향은 다르지만, 두 게임은 많은 부분에서 공통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개발중이라는 점, 최소 7년 이상 개발중이라는 점, 그리고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 두 회사의 명운을 쥘 만큼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대작이라는 점 등등. 그래서인지 두 게임 모두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었지요.
다만, 두 게임의 CBT를 즐겨온 상황에서 두 게임에 대한 감상은 거의 180도 라고 할 만큼 달랐습니다. 같은 장르인데다, 쿼터뷰 시점 마저 비슷한데 어째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었을까요.
먼저 '로스트아크'를 보겠습니다. 3년여 전, 지스타2014에 처음 등장했던 '로스트아크'의 영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비록 동영상 발표에 그쳤지만, '세상의 모든 시스템을 다 집어넣겠다.'고 외치는 듯 다양한 시스템과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과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그야말로 끝도 없이 고음이 올라가는 로커를 보는 느낌이었죠. '크로스파이어' 외에 히트작이 절실했던 스마일게이트 였기에 '로스트아크'를 향한 아낌없는 투자와 기대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3년, 지난 8월의 CBT를 회상해보자면, 처음 충격을 받았던 그 동영상의 '단편적인 조각'들이 이제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로스트아크'의 연출과 그래픽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대형 레이드 보스나 캐릭터 동작 등 모든 것이 '차세대 게임'이라고 주장하는 듯 했죠. 약간의 싱크가 끊기고 사용자환경(UI)이 불편한 것 등은 이슈거리도 아니었고, 꽤나 긍정적인 평가 속에 CBT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3일 정도 플레이하면서 사실은 살짝 위화감에 사로잡혀 있었죠. '로스트아크'가 보여준 단편은 PC MMORPG 라기 보다는 콘솔 게임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재화라든지 육성 등도 일부 보여졌지만, 싸우다가 특정지역에서 모이는 콘솔 게임을 쏙 빼닮은 느낌이었달까요.
"도대체 예전에 발표했던 수많은 시스템들을 어떻게 합칠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하면서, 행사 발표장에서 지원길 대표의 PT를 경청했습니다만, 지원길 대표의 프리젠테이션은 '이상적인 RPG란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적 접근에 가까웠었습니다. 때문에 CBT가 끝나고 비로소 느낀 것은 하나, "로스트아크는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였습니다.
보통 MMORPG라는 것은 거대한 순환 구조의 덩어리이며 조화로 이루어진 집합체지요. 플레이어들을 몇 년이고 그 세계에 머물게 하려면 아주 세밀하고 집요한 기획력이 필수 사항이 될 겁니다. '앞으로 수많은 담금질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겠구나' 이것이 '로스트아크'를 바라보는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리니지 이터널](http://file.gamedonga.co.kr/files/2016/11/10/le.jpg)
그렇다면 '리니지 이터널'은 어떨까요. '리니지 이터널'이 처음 공개된 것은 '로스트아크' 보다도 2년쯤 전인 지스타2012 직전의 엔씨소프트 발표회 입니다. 당시에 '리니지 이터널'은 큰 볼륨의 공성전과 함께 수많은 적들을 해치우는 핵앤슬래시 액션을 보이면서 '디아블로3'를 보다 발전시킨 형태의 MMORPG라는 평가를 받았었죠. 타격감부터 각종 연출까지 업계를 모두 기대에 빠지게 했습니다.
그로부터 4년여 의 시간이 지나 최근 진행된 CBT. 플레이 해보니 역시나 엔씨소프트 특유의 RPG 감각이 여실히 느껴지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순환 구조가 잘 구성되어 있었고, 기존의 MMORPG와 다른, 모바일 게임과 융합시켜놓은 듯한 요소도 담겨 있었습니다.
다만 연출이나 그래픽적인 면에서는 엔씨소프트의 최신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인상이었습니다. '리니지2'나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같은 그동안의 엔씨소프트의 메가히트작 들은 하나같이 당시의 다른 게임들을 압도하는 외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리니지 이터널'은 너무 오래 만들어서일까요, 혹은 '로스트아크'로 극강의 퀄리티를 경험해서 였을까요. 영 엔씨 게임 다운 묵직함이 느껴지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그런가 주변의 반응은 제 예상보다도 좋지 않더군요. "엔씨의 신작 치고는 좀..." 이것이 일반적인 느낌이었고, CBT 이후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10% 정도 빠진 것 역시 '리니지 이터널'에 대한 평가가 그만큼 안좋았다는 것을 짐작케 해주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썩 재미있게 플레이했기 때문에 '저렇게 주가가 빠질 정도로 나쁘진 않았는데?'라는 느낌입니다만, 그만큼 그래픽이나 연출이 블록버스터급 PC MMORPG의 평가에 큰 포지션을 차지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엔씨소프트의 내부 분위기는 잔잔하더군요. 늘 그랬듯 다듬는 중이고 잘 마무리해서 나오게 될 거라는 담담함이 사람들 표정에서 묻어나오네요. 뭐 '리니지2'도 '아이온'도 출시 전에 좋게 평가받지 못했었는데 그걸 이겨낸 저력이 있는 회사이니 그런 담담함도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여하튼, 위의 두 게임은 향후 출시를 목표로 열심히 담금질 중이지요. 하지만 지난 CBT 결과만을 본다면 두 게임 모두 내년 출시는 불가능 해 보입니다. '로스트아크'는 이제부터 수많은 시스템 융합을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야할 테고, '리니지 이터널' 역시 그래픽과 볼륨업, 기타 보강을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단 시일 내에 결론이 나지 않을 과제를 안고, 또 다시 두 게임은 장시간 개발자들의 품 속에서 출시를 꿈꾸며 다듬어져야 하겠지요.
올 해는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군단'이 국내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보여줬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 역시 건재했죠. 당장 내년에 굵직한 국산 토종 게임들, 그중에서도 '리니지 이터널'과 '로스트아크'가 국내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만, 최소 2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하겠군요.
내년의 PC 온라인 게임 시장을 전망하던 도중에, 갑작스럽게 두 게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며 쓰게 된 칼럼이네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엔씨소프트에 맞게, 그리고 스마일게이트에 맞게 두 게임이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시장에 서비스하게 될 날을 기다려봅니다.